다시 길 떠나며


이 봄에 나는 또 길을 찾아 나서야겠다.
이곳에 옮겨 와 살 만큼 살았으니
이제는 새로운 자리로 옮겨 볼 생각이다.
수행자가 한 곳에 오래 머물면
안일과 타성의 늪에 갇혀 시들게 된다.
다시 또 서툴게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다.
영원한 아마추어로서 새 길을 가고 싶다.

묵은 것을 버리지 않고는
새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.
이미 알려진 것들에서 자유로워져야
새로운 것을 찾아낼 수 있다.
내 자신만이 내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이지
그 누구도 내 삶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.

나는 보다 더 단순하고 소박하게.
그리고 없는 듯이 살고 싶다.
나는 아무것도.
그 어떤 사람도 되고 싶지 않다.
그저 나 자신이고 싶다.

나는 내 삶을
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.
그 누구도 닮지 않으면서
내 식대로 살고자 한다.

자기 식대로 살려면
투철한 개인의 질서가 전제되어야 한다.
그 질서에는 게으르지 않음과
검소함과 단순함과
이웃에게 해를 끼치지 않음도 포함된다.

그리고 때로는 높이높이 솟아오르고
때로는 깊이깊이 잠기는
그 같은 삶의 리듬도 뒤따라야 한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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법정스님의 글들은 한시간만에 쭉 ~ 읽고 책장에 꽃아둘 것이 아니라
늘 가까이 하면서 한번에 글 하나씩, 한마디 한마디 곱씹으면서 읽어야 한다.
나 처럼 사는데 많은 것들이 필요한 놈은 소박함과 너무 거리가 멀게 보이지만
'풍부하게 소유하는 것'이 내 꿈은 아니다.
나도 단순하고 소박하게.. 사실은 그렇게 살고 싶다.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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